Perspective_13,2018,acrylic on canvas,130 x 130cm
언뜻 보면 여느 모노크롬 회화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작품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빽빽하게 찍힌 작은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붓으로 찍힌 점이라기보다 짤 주머니로 극소량의 물감을 캔버스 위에 살포시 짜 놓은 덩어리에 가깝다. 가로 세로 1센티미터 혹은 그보다 더 촘촘하게 정사각그리드를 이루며 줄지어 있는 점들은 강박적이기까지 하다.
재료에 따라 점의 모양과 형태 또한 조금씩 다르다. 유화 물감보다 묽은 아크릴 물감의 경우, 중력에 의해 물감이 흘러내려 점의 크기가 들쭉날쭉하며 간격과 수평도 흐트러져 있다.
작품에 흥미를 더해주는 것은 조명이다. 유광 물감을 사용했기 때문에 관람자가 이 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볼록한 점들은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며, 보는 관점에 따라 그 모양도 달리 보인다.
최대한 긴장한 상태에서 호흡을 고르고, 평균치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간격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점을 다 찍고 나면 큰 붓으로 캔버스 표면을 휩쓸듯이 검은색으로 흰색을 모두 덮는다.
이러한 작업 과정은 획일화된 사회시 스템을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그 체제 내에서 안주하고 싶은 양가적인 개인의 마음이다. 동시에 검은색이 흰색이 뒤덮듯이 시스 템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보여주는 것이며 점을 반복해서 찍는 행위 또한 이 양가적인 욕망을 해소하기 위함이자 세상 속에서 점처럼 존재하는 나 자신의 중심을 잡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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